1.안전심리란
위험은 한글 사전에서는 ‘위태롭고 험함’이라는 한 가지 단어와 뜻으로 표현되지만, 영어에서는 ‘Danger’, ‘Hazard’, ‘Risk’ 등의 세 가지 단어로 표현되고 각기 구별된 뜻 을 가지고 있다. 우선 ‘Danger’는 현상적으로 발생된 위험 자체를나타내는 가장 포괄 적인 단어이다. ‘Hazard’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있는 상황적인 위험을 일컫는 물리적이 고 객관적인위험을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Hazard’는 상해나 사망의 원인이 되거 나 그러한 사건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조건혹은 상황을 의미한다. ‘Risk’는 사고발 생 가능성도 있지만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는 위험으로 사 고나 사건 혹은 기회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Risk’는 객관적인 위험이라기보다 는 위험(Risk)에 대응하는행동주체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사고 가 능성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안전은 한글 사전에서는 ‘위험이 없는 평안함’이란 뜻인데, 영어에서도 ‘Safe’란 한 단어로 쓰이고 있다. 안전이란 말은독립적인 상태나 상황을 나타내기보다는 위험의 반대상황, 즉위험하거나사고가일어날염려가없는상태, 혹은허용할수있는위험 상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안전(Safe)’은 ‘용인할 수 있는 수준까지 위험을 감소시킨 상 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이순열(2015a)은 안전은 미래적 추상성을 함 의하고 있으며 위험을 줄인 만큼 증가되고, 위험을 통해서 측정되거나 평가되는 종속 적 성격을 가진다고 하였다.
즉, 안전은 미래적이며 불확실한 반면에 위험은 현재적이며 비교적 확실하다. 담배를 피우는 행위만 생각해보더라도, 현대인은 누구나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에 위험을 증가시키는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담배를 피우지않는 것이 자신 의건강을위해서는보다안전한선택이라는것도안다. 그러나담배를피우지않는행 위가 자신의 건강을 지켜줄 지는 확실하지 않다. 더군다나 인생의 마지막에 되어서야 알수있는미래의일이다. 하지만지금당장담배한모금을넘길때의느낌은확실히 좋다. 때문에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기 힘들다. 흡연이 주는 당장의 유익이 너무 확실하 기 때문이다. 또다른 사례로 교통안전도 마찬가지이다. 교통법규를 지켜서 안전해지는 가는운전행위가종료되는미래에가서야판단될수있다. 하지만신호위반은지금당 장 운전자에게 확실하게 3분의 시간을 줄여준다. 이처럼 위험은 현재에서 확실한 이익 을주기 때문에 유혹적이다. 하지만 안전은 불확실하고 미래에 가서야 검증되는 것으 로 위험보다는 매력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위험을 줄이고 안전을 향상시키기 위한 홍보나 교육은 위험 선택으로 지불하 게 되는 현재적이고 구체적인 비용에 대해서 강조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미 래의 막연한 유토피아보다는 지금 여기의 위험이 어떠한 손실을 야기하는지 확실히 보 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의 선택이 확실한 현재적인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전규정을 준수하지 않았을 때 확실히 비용의 증 가나 시간의 증가가 일어나도록 분명하고 강력한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경우에 확실한 시간과 비용의 이득이 생길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안전해지면 좋다’는 식의 막연한 강조보다는 효과적일 것이다. 요점은 미래적이며 불 확실한 안전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재적이고 확실한 위험의 특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위험과 안전의 속성을 고려한 보다 실용적이고 효과적인대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전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 역시나 안전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막연하고 불분명한
백지 상태의 이미지들보다는 위험이 보내오는 구체적인 신호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위험과 안전에 대한 정의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더라도 안전에 대해서 연구한다는 것은 위험을줄이는것에대한연구이다. 따라서안전에대해서알기위해서는위험에더집 중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위험에 대한 정의 중에서도 ‘Risk’는 서양의 항해술 용어에서 유래하였다.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은 ‘암초를 뚫고 나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Ulrich, 2014). 이처럼 ‘Risk’로서의 위험은 난관을 극복하여 이득을 쟁취하거나, 장애를 넘어 전진한다는 의 미를 포함하고 있다. 현대 산업 자본 사회에서도 위험(Risk)은 극복의 대상으로 인식되 고 있으며, 기업 이득이나 조직 안녕을 위해서 위험을 체계적으로 조절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관점에는 변함이 없다.
위험(Risk)에 대한 관리적 접근과 대응은 ‘위험(Risk)’을 감소시키는 데 많은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이삶에서 직면하게 되는 위험은 ‘Risk’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Hazard’와 ‘Danger’까지를 포함한다. 때문에 위험에대한 접근이 ‘Hazard’와 ‘Danger’를 포함하는 보다 포괄적이고 근원적인 접근으로까지 나아가지 못 한다면 제대로 된위험 감소, 즉 안전 획득을 성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욱이 인간 행동과 행동의 원인이 되는 심리내적 기제를 탐구하는 심리학에서조차 위험을 ‘Risk’나 ‘Hazard’의 관점으로만 한정해서 살펴보는 것은 위험 대응에 문제를 발생시킬수있다. 현대 주류심리학이 위험과 안전에 대한 대응범위를위반이나 오류 행동 등의 인지 및 지각적 실수에 대한 행동적 관리로만 국한시킨다면 심리학만이 탐 구할 수 있는 근원적위험과 안전에 대한 탐구를 등한시하는 한계상황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심리학의제한적접근태도는현대사회에서직면하고있는수많은위 험들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에 적절하게 대응하거나 위험을 예방 하는 데도한계를 가지게 만들 것이다.
일례로 새롭게 발생한 전염병을 생각해보자. 전염병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 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병원체에대한 방역뿐만 아니라 심리적 안녕감까지를 포함하 는 것이다. 왜냐하면 전염병이 개인과 사회를 파괴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병원체가 가지고 있는 전염력이나 치사율뿐만 아니라, 새롭게 발생한 전염병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과도한 심리적 불안과 공포심의 작용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관리체계의 발전으로 위험(Risk)은 점점 더 잘 관리되고 있는 것 같지만, 에이즈(AIDS), 에볼라(Ebola), 사스(SARS)와 메르스(MERS) 등과 같은 신종 질병의 발생은 위험(Danger)이 인간이 대응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고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종류의 질병이 생겨 날 때마다 그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함께 불안과 공포란 또 다른 위험의 씨앗이 발생한다. 이것은 안전해지기 위해서 해결해야 하는 위험의 범위가 병원체 감소라는의료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적 방역’ 과 같은 주관적이고 정서적 영역에까지로 확대되어져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심리학에서 다루어야 하는 위험의 범위는 외부의 환경적 위험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인간 심리 내면에서 발생하는불안과 공포와 같은 위험 요소들에 대한 대응과 관리까
지를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
위험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이 보다 포괄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 소폭파사고와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사고를통해서도알수있다. 원자력발전소에 서 발생한 인간의 실수와 자연재해로 인한 사고들은 현대사회의 위험(Risk) 관리가 인 간의 실수를 관리하는 데도 한계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에 대한 관리에 는 거의 무방비 상태에놓여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위험의 범위가 현대 사회에서 더욱 확장되고 있다는 증거들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 다. 차별과 반목으로 발생되는 전쟁과 테러의 위험(Hazard)은 몇몇 국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영역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기계화의 발달과 인공지능의 출 현으로 항공기나 차량 사고는 줄어들어 가는 듯 보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 은 늘어나고 있다.
심리학적인 관점으로 현대 사회의 위험과 안전을 살펴본다면, 기계와 정보통신 그리 고 인공지능의 발달은 신체활동의단절과 밀도 있는 인간관계를 축소시키고 있으며, 가상적 허구세계에 중독될 위험은 가중시키고 있다.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관리되는 위험은 더 많아지는 것 같지만 이에 비례하여 인간성의 상실과 소외는 또 다른 위험으 로 현대 사회를 몰아가고 있다.
같은 맥락으로 질병 사망률은 감소하고 있지만, 행복지수는 낮아지고 출산율 또한 줄어들고 있다. 자산은 증가되어 가지만 양질의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으며,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은 현대사회 젊은이들의 지상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즉, 현대사회가 위험을 다루기 위해서 노력해 왔지만 결국 위험이 다른 얼굴로 변모되어 나타나는 것 일 뿐 “실제적인 위험감소와 안전충족이 이루어지고 있는가?”라는 물음에는 확실히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점점 더 다각적이고 포괄적으로 발현되고 있는 위험에 대해서 심리학에서조차 직접 적 사고나 재난으로만 위험의 범주를한정하여 행동적 접근이나 인지⋅지각적 범주에 서만 다루는 것은 그야말로 근시적인 한계 상황으로 스스로를 가두는 어리석은 제한이 될 것이다. 표면에 드러나 쉽게 눈길을 사로잡는 위험과는 다르게 심리내적 작용으로 발생되는 위험들은심리적 불안과 갈등을 증가시키는 보이지 않는 페달로 작동할 수 있다.
인간 내면의 보이지 않는 심리적 요소와 행동 요소 모두에서 기여하기를 원하는 심 리학의 태생적 목표를 고려하더라도위험과 안전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은 훨씬 더 포괄적인 범위에서 보다 더 근원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위험에 대한 대응이 ‘Risk’를 넘어선 ‘Hazard’와 ‘Danger’까지를 포함하여야 한다는 것은 위험에 대한 심리학적인 접근이 인간 존재와 심리 전반을 다루어야 한다는 결론 에이르게한다. 위험과 안전에 관한 심리학적 접근이 인간이 삶에서직면하는 모든 위험을 제대로 해결하는 데까지 나아가기 위해서는 행동 관리와 인지 및 지⋅감각적 측면을 넘어서서 인간의 생리적 속성과 발달, 적응, 동기및성격과태도그리고산업⋅ 조직과 인간공학 등의 심리학 범위 전반을 살펴보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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