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신건강과 신체 건강에 미치는 실직의 영향
오경자(1998)는 실직이 개인의 삶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치리라고 가정하고 실직률과 다양한 정신건강 및 신체 건강의 지표, 범죄율, 이혼율, 자살률 등의 사회병리 제 표와의 관련성을 분석하는 연구들에 대해서 다각도로 살펴보았다. Brenner(1984)가 New York 주의 정신병원에 입원한 사례를 조사한 결과, 경제 대공황 시기 등 실업률이 증가한 시기에는 입원사례 또한 현저하게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것은 실직이 정신건강의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해주는 결과이다. 또한 Plat(1984)은 1960년대 후반 이후에 발표된 자살률과 실업률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고찰하는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실직률의 증가는 곧 자살률의 증가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하였다. 실직의 부정적 영향은 정신건강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건강의 지표와도 유의한 관계가 보고되었다.
Brenner(1984)는 미국과 영국에서 수집된 자료를 토대로 경제적 지표와 다양한 건강 지표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경제불황과 실직률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구체적으로 경기 침체 후 첫 2년간은 어린아이들이나 만성질환자 등의 취약 집단에서 조기 사망률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경기 침체 후 2∼3년이 지나간 시점에서는 대부분의 계층에서 건강지표에서의 저하와 함께 심혈관계 질환과 간경변증 등의 유병률 및 이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실업률의 증가는 또한 개인의 일탈 행동, 특히 폭력 및 범죄 행동의 원인이 될 수 있다. Brenner(1984)는 경기 침체 후 첫 2년 동안 공격행동의 여러 지표가 증가하며, 그 후 일정 기간이 지나간 후에는 재산 범죄 및 대인 폭력 범죄가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특히 아동학대 빈도와 실업률과의 정적 상관이 보고되고 있는데(Steinberg, Catalan, & Dooley, 1981) 실직으로 안 한 스트레스와 절망감 혹은 분노가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표출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더욱 실직에 대한 정신적 대응이나 조절이 필요할 것이다.
이상 언급된 자료들에 의하면 실업률은 자살, 범죄, 정신질환 등 여러 가지 사회문제의 지표와 정적 상관관계를 보여 실업률의 상승과 함께 사회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실업 자체가 위와 같은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해석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또 다른 연구자들에 의하여 지적되기도 한다.
O’Brien(1986)은 실업률과 정신병원 입원율 간의 정적 상관관계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는 정신장애자들의 가족들이 환자들을 돌볼 여력이 없어져서 이들을 입원시키는 경우가 증가하는 현상을 반영할 가능성도 있음을 지적하였다. Catalan, Dooley와 Jackson(1985)은 미국 Rochester의 실업률과 정신병원 입원과의 관계를 하위집단별로 분석한 결과, 첫 번째 입원은 실업률과 관련이 없었던 데 비하여 보다 저소득층이나만 성적인 환자들이 이용하게 되는 주립정신병원에의 입원율은 실업률과 정적 상관을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이것은 O’Brien(1986)이 제기한 지적사항을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사회 전체의 비관적인 분위기로 인하여 실직 여부와 관계없이 전반적인 자살률이 높아질 수도 있으므로, 실직률 증가와 함께 자살률이 함께 증가하는 것이 반드시 실직이 자살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을 지적한 연구도 있다. 또한 실업률이 전반적으로 높았던 지역에서는 실직률과 자살률이 도리어 부 적 상관을 보이거나 혹은 실직률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살률이 종전 수준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있어, 상황에 따라 실직이 곧 자살기도 비율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Plat & Kreitman, 1990).
2) 실직과 사회적 지지
오경자(1998)는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들에서 대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재 요인으로 경제적, 시간적 여유와 같은 실질적인 가용 자원을 들었다.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가용 자원이 풍부할수록 보다 효과적인 대처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게 된다. 실직자의 경우에도 가용자원은 매우 중요한 변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경제적 자원이 넉넉할 경우, 실직을 새로운 경력을 시작하기 위한 재교육, 재충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실질적인 자원에 못지않게 정신건강의 유지를 위하여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사회적 지원이다.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얻는 정서적 사회적 지지는 스트레스 사건으로 인한 심리적 타격을 막아주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Kessler, Price & Wort man, 1985).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에서도 사회적 지지는 실직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는 주요 요인의 하나로 보고되어 있다(Bolton & Oat ley, 1987; Kessler, Turner & House, 1988; Dooley, Catalan & Rook, 1988).
여러 가지 사회적 지지의 측정요인 중에서 가족, 특히 배우자의 지지는 실직한 남편의 정서적 반응을 완화해줄 수 있는 요인으로 관심을 받는다. 그러나 Lime과 Lime(1988)은 실직에 대한 반응으로 배우자로부터의 정서적 지지의 밑바탕이 되는 부부관계 자체가 악화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부관계가 실직 스트레스를 완충시켜주는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실직자 가정은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가정에 비하여 별거 및 이혼의 비용이 7:2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Lime과 Lime(1988)은 실직자 배우자들의 정서적 반응을 몇회에 걸쳐 종단적으로 조사한 결과, 실직자 본인들의 경우와는 약간 다른 양상을 보고하였다. 실직자의 배우자들은 실직 이후 첫 번째 면접에서는 통제집단에 비하여 우울감 측정치에서만 약간의 상승을 보였다. 그러나 4개월 후 실시된 두 번째 면접에서는 신체 증상, 대인관계 민감성, 적대감, 불안, 우울 등 여러 측정치에서 유의미한 증가를 했다. 이처럼 실직자 배우자들의 정서적 반응이 실직에 곧바로 뒤따르는 것보다 수개월의 기간을 두고 나타난다는 결과는 이들의 정서적 반응이 실직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기보다는 실직 당사자들의 정서적 반응에 의해 유발된 이차적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해주고 있다.
가족은 실직자들을 정서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지의 근원이기도 하지만 실직의 부정적 영향을 실직자 본인과 함께 받게 되므로 사회적 지지로서의 기능 수행이 어려울 수가 있고 경우에 따라서 가족관계의 악화는 실직자들이 경험하는 심리적 고통을 가중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가 있다. 가족의 기능은 실직자들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실직 경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도록 이끄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므로 이들을 위한 지원프로그램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직은 개인의 삶에 여러 방향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심리적 위축을 가져온다는 것은 기존의 여러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실직에 대한 반응은 개인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실직자들이 절망에 빠져서 무기력하게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오경자(1998)는 사람마다 실직이라는 동일 한 사건에 대하여 다른 대응을 보이기 때문에 실직에 대한 사회적 개입 방법도 몇 가지 고려 점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첫째, 실직자들을 모두 동일한 어려움과 욕구를 가진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하는 획일적 사고의 틀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즉 개인에 따라 현실적 여건도 다르고 실직이 의미하는 바도 다를 것이며, 실직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도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따라 서 가능한 한 실직자들을 그 개인적 특성에 따라 분류하여 각 집단의 필요에 적합한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보다 세분된 접근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고학력 사무직 작업자들이나 관리직에 종사하다 실직한 사람들은 단순노동직 실직자들과는 가용 자원이나 심리적 욕구에서 매우 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모든 실직자에게 동일한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올 것이다. 이처럼 이 세분된 접근을 취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직자집단의 현황 파악과 함께 이들의 다양한 욕구를 체계적으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 나라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많은 실직자가 정신적인 고통을 경험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경우, 실직으로 인한 심리적 타격이 심각한 심리 장애의 수준에까지 이르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실직으로 인한 정신건강 수준의 저하는 재취업과 함께 대부분 회복되는 것을 로봇이고 되어있다. 따라서 이들 중 심각한 부적응상태를 경험하게 되는 취약 집단은 실직 이전부터 있었던 적응의 문제가 실직과 함께 더욱 악화하는 경우로 해석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실직자 중 지속해서 심각한 심리 장애를 보이는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그 비율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경험하는 고통을 고려할 때, 그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취약 집단을 선별하여 이들에 대한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통하여 적응 문제를 예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실직 경험의 핵심에는 소득의 상실이라는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사회참여의 기회로부터의 소외, 자존감의 상실 등의 심리적 측면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실직자들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이들의 정서적 안정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사회 전체적으로 실직자들의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분위기의 조성과 함께, 이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들은 긍정적인 자아상을 유지하고 자기효능감을 증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넷째, 실직자들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의 궁극적인 목표는 재취업이므로 이것을 위한 기술훈련 및 준비과정이 핵심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취업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술훈련 및 준비과정과 함께 이것을 위한 동기유발과 동기 수준의 유지, 그리고 긍정적 태도와 자아존중감 유지를 위한 자기관리 기술 등의 재취업훈련이 일부 포함될 필요가 있다. 실직은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경우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개인의 삶에 다각도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개인이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그 결과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실직 상황에 대한 각 개인의 대처방안을 점검하고, 비효율적인 방안은 보다 효율적인 대처방안으로 대처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 유용할 것이다.
다섯째, 실직 경험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가족과 지인들의 사회적 지지이다. 그러나 실직자의 가족들 또한 가장의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므로 이들이 사회적 지지를 제공해주는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될 뿐만 안 나라, 가족관계가 악화하는 경우 실직가정의 어려움을 도리어 심화시키는 데 한몫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실직자들뿐 아니라 그 배우자 및 자녀들에게도 쉽게 접 금할 수 있는 심리·사회적 지원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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